Written by 10:55 오후 144호(2026.04)

[생활과 법]
개인의 회생과 파산

이종민 변호사, 조경 04

앞선 글들에서는 민사소송과 강제집행, 그리고 가압류에 관하여 말씀드렸습니다. 돈을 받을 권리가 있는 채권자의 관점에서 어떻게 해야 자신의 권리를 실현할 수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였지요. 이번 글에서는 반대로, 이미 많은 빚을 지고 있어 더 이상 경제적으로 버티기 어려운 채무자의 입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법적 절차에 관하여 살펴보고자 합니다. 바로 ‘개인회생’과 ‘개인파산’ 제도입니다. 법률적으로는 ‘자연인(自然人)’, 즉 ‘법인(法人)’이 아닌 사람 개인에 대한 회생 및 파산 절차입니다.

회생과 파산 제도는 도대체 왜 존재하는 것일까

어떤 사람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큰 빚을 지게 되어 평생을 벌어도 그 채무를 다 갚을 수 없는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상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가 채권자들의 추심과 강제집행을 끝없이 방조한다면, 채무자는 급여 통장과 재산이 반복하여 압류되고, 채권자들은 실제로 회수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채권을 추심하기 위하여 지속적으로 사법 자원을 이용하게 됩니다. 채무자는 정상적인 경제 활동을 영위할 수 없게 되고, 채권자들은 추심 비용만 계속 지출하며, 법원과 집행관 등의 공적 자원도 실효성 없는 절차에 반복적으로 투입됩니다. 결국 아무런 이익도 발생시키지 않는 ‘좀비 채권’의 추심을 위하여 사회 전체가 자원을 낭비하게 되는 셈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채권자에게도, 채무자에게도, 그리고 국가에도 좋지 않습니다. 따라서 법은 일정한 요건 하에서 채무의 일부를 탕감하거나 전부를 면책시켜 주고, 그 대신 채무자를 다시 정상적인 경제 주체로 복귀시키는 편이 (세금도 거둘 수 있고) 사회 전체적으로 훨씬 효율적이라는 판단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회생과 파산 제도가 마련된 근본적인 취지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제도는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는 것이 아닌가?

이러한 제도에 대하여는 자연스럽게 우려가 제기됩니다. 이는 ‘빌린 돈은 갚아야 한다’는 시장 원리에 반하고, 빚을 함부로 지고 갚지 않으려 하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조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이지요.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개인파산 신청이 급증하던 2000년대 중반에 이 문제가 사회적으로 크게 논의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 더 본질적으로 보자면, 금융기관을 비롯한 전문 채권자들은 대출 시점에 이미 채무불이행 위험을 평가하여 이를 이자율에 반영해 둔 상태입니다. 따라서 채무자가 예측 불가능한 불운으로 이행이 불가능해진 경우, 그 손실을 채무자 한 사람이 평생 감당하도록 하는 것보다는 ‘정직하지만 불운한 채무자’에게 ‘새로운 출발(fresh start)’의 기회를 주어 다시 생산적인 경제 주체로 복귀시키는 편이 사회 전체적으로 더 효율적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채무자의 인적 자본이 평생 사장(死藏)되어버리는데, 이는 채권자 집단 전체에게도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러한 논리가 무한정 확장되어서는 안 되며, 법원의 면책 심사 자체가 다소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개인회생은 일부를 갚고 나머지를 탕감받는 절차입니다

‘개인회생’은 채무자가 장래에 벌어들일 소득의 일부를 3년 동안 성실히 갚으면, 남은 채무를 면책해 주는 제도입니다(채무자회생법 제579조 이하).

사업이 어려워져 5억 원의 빚을 지게 된 3인 가구 가장이 있고 현재 월 400만 원 정도의 영업 이익이 발생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경우 3인 가구 최저 생계비 277만 원을 공제한 약 123만 원이 매월 변제금이 되고, 3년간 총 4,400만 원 정도를 변제한 후 남은 4억 5,600만 원가량의 채무는 면책됩니다. 이 경우의 변제율은 약 9%입니다.

(참고로 서울회생법원이 발표한 2025년 상반기 통계에 따르면, 개인회생 채무자들의 변제율 중위값은 33.2% 수준입니다. 즉, 개인회생을 통해 전체 채무의 약 1/3 정도만 변제하고 나머지 2/3는 면책받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개인파산은 채무 전액을 면책받는 절차입니다

‘개인파산 및 면책’은 채무자가 빚을 도저히 갚을 능력이 없다고 판단될 때에, 채무자가 가진 재산을 모두 정리하여 채권자들에게 배당한 뒤 남은 채무 전액을 면책해 주는 제도입니다(채무자회생법 제305조, 제556조 이하).

개인파산은 ‘파산선고’와 ‘면책’이라는 두 단계로 나뉘어 진행됩니다. 먼저 ‘파산선고’ 단계에서 법원은 ‘이 채무자는 더 이상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상태’라는 점을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결정을 내립니다. 이때 채무자에게 남아 있는 재산이 있다면, 법원이 선임한 ‘파산관재인’이라는 중립적인 관리자가 그 재산을 현금화하여 채권자들에게 나누어 지급합니다. 그다음 ‘면책’ 단계에서 법원은 그래도 갚지 못하고 남은 채무에 대하여 ‘더 이상 갚지 않아도 된다’라고 선언해 줄지 여부를 판단합니다.

주의할 점은, 파산선고만 받고 면책 결정까지는 받지 못하는 경우도 실제로 있다는 것입니다. 파산선고만 받은 상태라면 신용상의 불이익은 그대로 부담하면서 채무 변제 의무도 여전히 남아 있어, 채무자 입장에서는 가장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따라서 파산 절차에서는 파산선고를 넘어 면책 결정까지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생과 파산의 대상이 되지 않는 채무들이 있습니다

개인회생과 개인파산은 각자 장단점이 있으므로 자신의 상황에 맞는 절차를 선택하여야 합니다. 꾸준한 소득이 있고, 향후에도 경제 활동을 활발히 하실 계획이라면 개인회생이 적합합니다. 개인회생은 면책 후 신용상의 불이익이 개인파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게 남는 경향이 있고, ‘파산자’라는 사회적 인식으로부터도 자유로운 편입니다.

유의하실 점은, 회생이나 파산으로 면책을 받더라도 그 대상에서 제외되는 채무가 있다는 것입니다. 조세채무, 벌금·과료, 양육비 채무,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 등은 면책의 대상에서 제외됩니다(채무자회생법 제566조). 또한 타인의 빚을 보증한 ‘보증채무’의 경우, 주채무자가 면책을 받더라도 보증인의 책임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가족 간에 보증을 서신 경우, 주채무자 한 사람만 회생 또는 파산 절차를 밟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보증인도 함께 절차를 진행하여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절차를 신청하면 채권자의 추심이 즉시 중단됩니다

개인회생 또는 개인파산을 신청하면, 법원은 채권자들이 채무자에 대하여 강제집행, 가압류, 추심 등을 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중지시키는 명령을 내립니다(채무자회생법 제593조, 제383조). 따라서 통장 압류로 생계가 어려운 상황이거나, 살고 있는 집이 경매에 넘어가 있는 상황이라도 법원에 신청을 하면 잠시나마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실무에서는 이미 강제집행이 임박한 시점에서 급하게 신청을 진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맺음말

회생과 파산은 단순히 채무자를 보호하는 제도가 아니라, 더 이상 회수되기 어려운 채권을 정리하여 사회 전체의 자원 배분을 효율화하는 제도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회생과 파산 절차는 당사자인 채무자에게 활용하도록 안내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주변에서 회수 가능성이 희박한 채권을 붙들고 오랜 시간 고민하고 있는 채권자의 입장에서도 강제 파산 신청 등의 절차를 통해 활용도를 고민해 볼 수 있는 제도이기도 합니다. 동문 여러분들이 모두 건강과 안정된 생활을 영위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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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민_ 농대 조경학과 04학번으로 전자상거래 기업에서 6년간 근무 후, 2021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본 칼럼에 기재된 사례는 법령과 판례를 설명하기 위한 목적의 가상의 사례임을 밝혀드립니다.(jongmin04@gmail.com)

Last modified: 2026-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