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삼 농경제 79
대위법(對位法)을 아시나요? 무례한 질문인가요?
혹시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간단하게 설명해보겠습니다.
대위법은 두 개 이상의 독립적인 선율을 조화롭게 결합해서 화음을 이루는 방식입니다. 원래는 중세와 바로크 시대의 다성음악에서 주로 사용되었는데, 현대 실용음악 작곡에서도 코러스 등을 만들 때 주로 사용하는 기법입니다. 즉, 각각의 선율이 서로 대등하게 진행되면서 묘하게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게 되죠. 좀더 자세히 말하면 두 선율이 서로 다른 조성처럼 들리지만, 음역과 화음이 서로 간섭하면서도 불협화음 없이 조화를 이룸으로써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두 세계가 동시에 존재하는 듯한 입체적 공간감까지 경험하게 합니다.
대중음악에서 이러한 대위적 기법을 활용한 곡이 여러분도 <Bridge Over Troubled Water>나 <El Condor Pasa> 등으로 잘 알고 있는 Simon & Garfunkel의 <Scarborough Fair>입니다.
“Are you going to Scarborough Fair? Parsley, sage, rosemary, and thyme.…”으로 시작하는, 폴 사이먼과 아트 가펑클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단아한 음조가 듣는 이의 감성을 최고조로 자극하는 멋진 곡이죠.(혹시 기억이 가물가물한 분들은 지금 즉시 인터넷에서 찾아서 들어보세요.)
이 노래에서 폴 사이먼은 서로 다른 선율을 병행하면서 주선율은 3/4박자의 왈츠풍의 단조 리듬으로, 캔티클(Canticle)1은 장조풍으로 부드럽게 교차시킴으로써 두 선율이 부딪히지 않으면서도 긴장감을 유지하는 전형적인 대위법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Scarborough Fair 가사에서는 옛 연인에게 불가능한 사랑의 과업을 요구함으로써 상징적이고 낭만적인 표현을, Canticle 가사는 전쟁터의 어린 병사들의 무의미한 희생을 노래함으로써 ‘사랑과 평화’ vs ‘전쟁과 상실’의 주제를 대비시켜 반전(反戰)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사실 폴 사이먼과 아트 가펑클은 둘 다 유태계 혈통인데, 폴 사이먼은 시오니즘에 대해 비판적이기까지 할 정도로 두 사람은 진보 좌파적 밴드로 유명하기도 하죠.
그럼 이제 제가 전하고 싶은 말을 들려드려야 하겠습니다. 〈Scarborough Fair〉의 서정적 구조를 오마주한 대위법적 낭송시가 되겠습니다. Simon & Garfunkel의 노래를 함께 들으시며 가자지구에 완전한 평화의 날이 오기를 기원해주세요.
- 음악 용어이며 종교적 용어로서 “성가(聖歌)”, “찬가(讚歌)”, 혹은 “성경의 시편을 노래로 만든 곡”을 뜻함.

<수유 시장>
수유 시장에 가시나요?
떢볶이, 감자탕, 야채곱창, 닭칼국수
전화해줘요.
당신은 나의 영원한 사랑입니다.
누비옷을 만드셨네요.
(바다까지 봉쇄된 65㎞에 달하는 8m 장벽은 천장 뚫린 감옥)
떢볶이, 감자탕, 야채곱창, 닭칼국수
(하늘을 찢는 듯한 전투기 소리)
삼베천으로 만든 모자도 필요해요.
(곧이어 밤을 밝히는 섬광, 지축이 흔들리는 폭격소리)
함께 한 40년의 세월에 아들, 딸, 며느리, 손녀와 함께
(지난 2년간의 삶터를 뒤덮은 살육, 굶주림, 공포, 강제 이주)
조그만 밭뙈기에서 수확한 쪽파로 김치를 담그는 게 행복합니다.
(구호품을 실은 트럭이 들어갈 검문소 폐쇄)
떢볶이, 감자탕, 야채곱창, 닭칼국수
(신이시여! 하루하루를 버텨낼 물과 빵을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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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삼_ 젊은 시절 학생운동, 노동운동에 투신하였으며 결혼 후 40년 가까이 서울시 강북구 주민으로 사회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사)삼양주민연대 사무국장으로 주민 참여와 자치를 통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확장하고 주민 권익과 협동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한 활동에 매진하였으며, 서울시 혁신교육지구 사업과 함께 ‘더불어 현재를 즐기고 미래를 여는 청소년’의 비전을 바탕으로 삼양동청소년아지트 센터장을 역임하다 퇴임하였다. (baroaca@gmail.com)
Last modified: 2025-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