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특례시장 이재준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김상진 열사 유가족 여러분, 오둘둘(5.22) 모임 여러분, 그리고 사단법인 김상진기념사업회와 서울대 민주동문회 여러분.
오늘 우리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불꽃, 故 김상진 열사를 기억하며 여기에 모였습니다.
봄의 전령사 목련과 산수유, 하염없던 진달래, 낭창거리던 능수버들은 알았을까요?
생생한 민주주의의 역사를.
속 썩이지 않고 자란 아들에 든든했을 부모님, 차분하고 정 많았던 한 청년의 친구들이 알았을까요? 스물여섯 살 아들, 청년이 끝내 결단했던 행동을.
50년 전 이곳에서, 김상진 열사는 ‘양심선언문’을 차분하게 읽어내고 스스로를 죽였습니다. 신념을 행동으로 표현하겠다는 다짐의 발로였고, 병원에 옮겨지는 와중에도 애국가를 불러달라는 부탁은 주변을 더욱 숙연하게 만든 피맺힌 담담함이었습니다.
그 죽음은 유신정권을 깨뜨리는 바늘침이었습니다. 유신헌법과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법이었던 긴급조치에 숨통이 막힌 민중의 역사는 활활 타올랐습니다. 독재에 저항하는 목소리는 결국 ‘서울의 봄’을 만들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제2, 제3의 김상진은 분연히 일어났습니다. ‘촛불혁명’으로, 그리고 최근 대통령 파면을 외치면서도 질서 정연했던 ‘응원봉 혁명’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작가 한강은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에서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인간은 어떻게 이렇게 폭력적인가? 동시에, 인간은 어떻게 그토록 압도적인 폭력의 반대편에 설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던졌습니다.
학살과 희생으로 점철된 과거의 기억과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맞물려온 역사가 바로, 지금 우리의 살아 있는 역사라는 커다란 울림이었습니다.
불의에 항거하며 스러진 민주주의의 선구자, 김상진 열사를 온 마음을 다해 추모합니다. 우리 이웃과 공동체, 사회와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일이 더 이상 피로 얼룩지지 않도록 살아 있는 우리의 다짐과 각오를 더욱 단단히 합시다.
“저 지하에서 내 영혼에 눈이 뜨여 만족스런 웃음 속에 여러분의 진격을 지켜보리라.” 하셨던, 김상진 열사의 외침을 함께 기억하고 되뇝시다.
저 역시, 깨어 있는 시민과 함께 열사께서 꿈꾸셨던 자유와 평등의 민주사회를 위해 더 힘차게 내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Last modified: 2025-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