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누리 제41대 농업생명과학대학 학생회장

2025년 4월 11일,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수원캠퍼스 김상진 민주광장에서 열린 김상진 열사 의거 50주기 추모제에 참석하였습니다. 저는 농업생명과학대학의 후배이자 현 학생회장으로서, 열사의 ‘양심선언문’을 낭독하는 영광스러운 역할을 맡았습니다. 한낱 학생으로서 감당하기엔 무거운 자리였지만, 그 무게는 오늘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권리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김상진 열사는 1975년, 박정희 유신체제에 항거하며 서울대학교 축산학과 4학년이던 해에 스스로를 불태우며 자유와 정의를 외쳤습니다. 그가 남긴 ‘양심선언문’은 단지 개인의 외침이 아니라, 억압의 시대를 뚫고 나온 집단적 양심의 목소리였습니다. “민주주의는 지식의 산물이 아니라 투쟁의 결과”라는 그의 문장은 그 자체로 시대를 꿰뚫는 진실이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입니다.
이번 추모제에서 저는 수많은 선배님들과 동료 학생들, 그리고 김상진 열사의 가족과 유족, 시민사회 인사들 속에서 ‘기억’이란 무엇인가를 다시금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기억은 단지 추모의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기억은 오늘을 되돌아보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이정표이자 실천의 책임입니다. 특히 김상진 열사의 의거가 일어났던 이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이라는 공간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학생사회를 대표하는 입장에서, 그 외침을 되새기고 이어가는 일은 제게 주어진 중요한 책무라고 느꼈습니다.
이번 50주기 추모제는 단순한 기념행사를 넘어, 우리 세대가 잊고 있었던 ‘저항’과 ‘연대’의 감각을 되살리는 민주주의 교육의 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김상진 열사의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었습니다. 그의 말과 행동은 5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너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너는 정의롭고 자유로운 공동체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 질문 앞에서 저는 학생회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학우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불의에 맞서 연대하고, 잊힌 목소리를 복원하며, 보다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학을 만들기 위해 작지만 지속적인 실천을 해나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그 역할을 실현하는 학생회장이 되겠다고 그날, 양심선언문을 낭독하며 스스로에게 다짐했습니다.
김상진 열사의 뜻을 이어받은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의 학생회장으로서, 그리고 이 대학 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서, 저는 앞으로도 그 다짐을 잊지 않고, 묵묵히 나아가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2025년 4월
제41대 농업생명과학대학 학생회장 김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