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박사의 책읽기]
그 누구라도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다.
『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바츨라프 스밀, 김영사)

국승용 농화학 87

 

 

야심차고 오만한 제목의 책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잘난 사람이 잘난 척하는 것 정도는 눈감아 주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잘 생긴 사람이 외모를 뽐내는 것도 인정). 아무리 그렇다 해도 500쪽 남짓한 한 권의 책으로 세상이 실제 어떻게 돌아가는지 설명하겠다는 것은 너무 많이 나간 것 아닐까? 2023년 발간된 책이니 신간이라고도 구간이라고도 말하기 모호한 책이긴 하지만, 과학책이라는 시각에서 보면 신간이라 보기는 어렵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는 서평이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고 있었고, 쉽게 읽히지 않는 살짝 어려운 책이라는 평도 있었던 것 같다. 보겠다고 사 둔 지는 한참 되었지만, 막상 첫 페이지를 펼친 것은 2025년 하반기 <유 퀴즈 온 더 블럭>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빌게이츠가 3권의 도서를 추천했는데, 그중 하나로 이 책을 꼽는 것을 본 다음이었다. 아, 무시할 수 없이 강력한 미디어의 힘이여!!! 책은 그리 어렵지 않고, 특히 과학을 전공한 사람들에게 난이도는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라고 생각한다.

 

책의 구성은 훌륭하다. 1장 에너지, 2장 식량생산, 3장 물질세계, 4장 세계화, 5장 위험, 6장 환경, 7장 미래. 많은 사람들이 관심 있어할 만한 주제로 책이 구성되어 있다. 제목만 봐도 어떤 주제를 다룰지 대략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물질세계는 강철, 플라스틱 같은 소재에 대한 것이고, 위험은 우리가 겪는 다양한 위험(천재지변, 교통사고, 기후위기 등)을 어떻게 단일한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저자는 과학자로서 과학적인 접근을 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세계화에 대한 글에서는 신자유주의, 체제 경쟁, 자유무역 등과 같은 사회적 접근을 하지 않고, 세계화를 가능케 했던 기술(주로 운송과 통신)에 초점을 맞추어 세계화라는 현상을 설명한다.

 

또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현상이나 해법에 대한 통합적인 접근이다. 우리 사회도 경험하고 있는 것이지만 학문이 세분화되면서, 사회적 의사결정에서 전문가의 견해만으로 쟁점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워졌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자신이 아는 분야에 대해서 설명할 뿐, 쟁점 전반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려 하지 않는다. 특히 경제학적 접근에서 그런 경우가 많은데, 이러면 이렇고 저러면 저럴 것이라고 말할 뿐, 그래서 당신의 의견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똑 부러지게 정리하지 못하곤 한다. 예를 들어 신재생에너지로 전환을 강조하고 있는데, 기술 수준과 물질 공급능력을 고려했을 때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은 향후 20~30년 동안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까? 세계 인구가 80억을 넘어선 지 오래고, 인구는 당분간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1 화석연료에 기반한 비료·농약·농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2050년까지 탄소 중립(탈탄소화)을 실현할 수 있는 충분한 기술 기반과 물질 공급 역량을 확보하고 있는가? 이런 현안들은 기후과학, 에너지과학, 농생명학. 경제학, 사회학 등 다양한 자연·사회 과학 분야의 지식을 종합적으로 동원해서 현상을 인식하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저자는 이 책이 그와 같은 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로 자연과학적 관점을 취하고 있지만….

          1. 실제 세계 인구 추계를 보면, 한국·북한·중국·일본 정도만 인구가 줄고, 서구 국가들은 정체이지만 아프리카와 아시아권의 인구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책적 논의에서 많이 사용하는 범주이긴 한데,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방식을 크게, 완화(Mitigation)와 적응(Adaptation)으로 구분한다. 기후 위기에 대해 설명하면, 온실가스 발생을 줄이는 것이 완화에 해당하고, 온난화가 진행된 상황에서도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적응에 해당한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온도를 1.5℃ 또는 2.0℃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자는 것이 지난 수년간 추진했던 탄소중립에 대한 논의이다. 앞에서의 구분에 따르면 기후위기 관련 사회적 논의의 대부분은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4년 국제기상기구(WMO)는 2024년 당해 연도 기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온도가 1.5℃ 이상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어쩌면 우리는 산업화 대비 1.5℃ 이상 온도가 상승한 지구에서 최소한 수십 년은 살아야 할 것이다. 세계 각국이 각고의 노력을 하고, 관련 기술도 획기적으로 진전되어서 2050년 또는 그 전이나 후 어느 시점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한다 해도, 온난화의 효과가 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탄소중립을 실현한 후에도 우리는 그 수준의 온난화를 견디면서 상당기간 살아가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완화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적응이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2%가 농업 부문에서 발생한다.2 그런데 우리나라는 농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비율이 2~3%로 세계와 비교해서 현저히 적다. 이것은 우리 농업이 온실가스 발생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위해 이룩한 성과는 결코 아니다. 우리 농업이 우리 국민이 먹는 식량의 일부만을 생산하고, 상당량을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농산물 수출국에서 농업 부문 온실가스의 대부분을 유발하고, 그 덕에 우리나라는 농업 부분의 온실가스 발생량이 적은 것이다. 물론, 그 양이 적다고 해서 우리나라 농업 부문이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 하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 농업의 미래를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완화’보다는 기후 위기가 오더라도 국민들이 먹거리 걱정을 하지 않도록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농업 기반을 정비하는 ‘적응’을 위한 노력이 더 강조되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2. 통계마다 시점마다 다르긴 한데, 10%는 넘고 20%에는 미치지 못한다.

 

저자의 주장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기후 위기(저자는 온난화라는 용어를 선호한다고 밝히고 있다)에 대한 대응을 위해서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에너지 전환이 결국 전기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것이고, 전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면, 화석연료나 원자력을 신재생에너지로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주장에 대해 수많은 논쟁이 가능할 것이다. 에너지 전환이라는 명분과 당위는 무시할 수도 무시해서도 안되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을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는 현실 역시 가볍게 여길 수는 없다. 농업생산 과정에서 탈탄소화하려는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세계 인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화학합성 비료를 투입하지 않고서 필요한 식량을 생산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인류가 일상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콘크리트, 강철, 플라스틱, 암모니아에 상당 정도 의존하는 것이 불가피한데, 이들의 생산과정에는 탄소 배출이 동반된다. 저자의 주장은 기후변화가 산업화에 의한 것이고, 탈탄소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그렇다 하더라도 기존의 기술이 기반으로 하고 있는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을 획기적으로 줄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 자체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기초적인 가정과 현실에 근거하여 에너지나 식량, 물질, 위험 등을 추계하는 과정 역시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객관적이지만, 책의 곳곳에서 무언가 불편하게 하는,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내면 깊숙한 곳을 긁는 불쾌함이 느껴진다. 글의 전반에서 IPCC(기후변화 대응 국제기구) 과학자들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는 인식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나는 그레타 툰베리를 그렇게 직설적으로 무시하는 언급을 이 책 말고는 보지 못했다. 이런 것들보다 더 불편한 것은 서구 중심적 시각이다. 그는 탈탄소화를 위한 서구 국가들의 각고의 노력이 중국의 탄소배출 증가로 수포로 돌아갔다며 중국을 비난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아이폰이나 갤럭시를 쓰는 세계 사람들은 중국을 일방적으로 비난할 수 없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 되었고, 중국에서 발생한 탄소가 온전히 중국을 위한 것이 아니다.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는 국제 분업을 추진한다며, 오염이 많이 발생하는 산업을 저개발국이나 개발도상국가로 이전했다. 그 영향으로 자국의 탄소 발생을 줄일 수는 있었겠지만, 수많은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의 고상한 산업과 소비를 위해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그들 나라에서 생산된 제품을 물 쓰듯 펑펑 쓰면서, 그들 나라의 탄소배출을 비판한다면 이만저만한 후안무치가 아닐 수 없다.

 

과학을 어렵게 생각하고, 과학적 접근을 기피하는 세태이기에 이 책과 같이 과학적 시각에서 사회문제를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괜한 자기중심적 오만을 부려 책의 가치를 떨어뜨린 것 역시 저자가 온전히 감당해 내야 할 몫이라고 본다. 스스로 남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집단에게 필요한 덕목은 지식이나 힘의 과시가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이리라.

 

 

국승용 _ 학부를 졸업하고 수년간 농산물 유통 분야에서 경험을 쌓고, 느낀 바가 있어 농경제사회학부에서 농산물유통을 연구해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연구위원으로 농업정책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직장이 전남 나주 혁신도시로 이전하면서 가족들과 함께 나주로 이사해 지역에 뿌리내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gouksy@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