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과 법]
거래처가 부도났을 때 무엇을 회수할 수 있는가

이종민 변호사, 조경 04

 

 

지난 글에서는 개인이 활용할 수 있는 회생과 파산 제도에 관하여 말씀드렸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사업을 하시는 채권자의 관점에서 거래 상대방이 부도가 났을 때 실제로 무엇을 얼마나 회수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실무를 겪어보면 알게 되는 어쩔 수 없는 사실이 하나 있는데, 채권자가 상대방의 부도 이후에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한정적이라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부도 시 채권자들은 대부분 법에 정해져 있는 몫을 받는 것뿐이며, 그 수치는 대부분 한 자리 수의 비율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채권 회수의 성패는 부도가 나기 이전에 채권자가 미리 어떤 지위를 확보해 두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채권자들이 사전에 확보해 놓으면 크게 유용할 수 있는 ‘채권 보호 수단’ 세 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부도 이후에 채권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대부분 정해져 있습니다

 

거래처에 대하여 회생이나 파산 절차가 개시되고 나면 개별 채권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이 극히 제한됩니다. 절차가 개시되면 채권자는 개별적으로 소송을 하거나 강제집행을 할 수 없고(채무자회생법 제58조 등), 정해진 기간 내에 채권신고를 한 후 법이 정한 순위와 절차에 따라 배당을 받을 수 있을 뿐입니다. 그 순위에서도 저당권 등 담보를 가진 채권자와 조세채권, 임금채권 등이 먼저 변제받고, 담보 없는 일반 상거래채권자는 가장 마지막 순위에 놓입니다. 실무에서는 남은 재산이 절차 비용을 충당하기에도 부족하여 일반 채권자들에게는 아무런 배당 없이 파산절차가 종결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사업을 하시는 분이 진지하게 고민하셔야 할 지점은 부도 이후의 대응이 아니라, 부도 이전에 어떤 담보적 지위를 확보해 둘 것인가입니다.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별제권자의 지위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보호 수단은 상대방 소유의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두는 것입니다. 저당권 등 담보권을 가진 채권자는 파산절차에서 ‘별제권자(別除權者)’로서 절차와 무관하게 담보물을 처분하여 우선변제 받을 수 있고(채무자회생법 제411조), 회생절차에서도 ‘회생담보권자’로 분류되어 일반 회생채권자보다 우선하는 지위에 있습니다. 일반 회생채권자나 파산채권자는 한 자리 수에 불과한 비율의 변제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근저당권을 설정해 놓은 채권자들은 사실상 채권액의 전액을 보전받을 수 있습니다.

 

근저당권은 거래를 시작하는 시점이나 거래 규모가 커지는 시점에 상대방 소유의 공장, 사옥, 대지 등에 설정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상대방 법인이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대표이사 개인 소유의 부동산에 설정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다만 유의할 점은, 이미 선순위 근저당권이 부동산 가액에 근접하게 설정되어 있다면 후순위로 설정해 보아야 실익이 없으므로 등기부등본 등의 확인을 하신 후 권리분석을 하시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더 강력한 수단으로 담보신탁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수단은 ‘담보신탁’입니다. 상대방 소유의 부동산을 신탁회사에 신탁하고, 채권자가 ‘우선수익자’로 지정되어 그 부동산의 처분대금에서 최우선으로 회수할 권리를 부여받는 제도인데, 부동산의 소유권 자체가 형식적으로 신탁회사에 이전된다는 점이 근저당권과의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근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은 여전히 채무자의 소유이므로, 채무자가 회생이나 파산에 들어가면 그 부동산도 절차의 영향권 안에 놓입니다. 반면 담보신탁된 부동산은 형식적으로 신탁회사의 소유이므로 채무자의 도산재단에서 아예 제외됩니다. 대법원도 신탁재산은 위탁자의 도산으로부터 절연된다는 취지의 판례를 확립해 왔습니다(대법원2001. 7. 13. 선고2001다9267 판결 등). 즉, 우선수익자인 채권자는 상대방의 회생·파산 절차의 영향을 받지 않고 신탁계약이 정한 순위에 따라 회수할 수 있는 것입니다.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국내 60개 신탁사의 부동산담보신탁을 포함한 재산신탁 수탁고는 약 744조 원 규모에 이르는데, 대규모 부동산 개발사업이나 장기 공급계약 등에서 담보신탁이 표준적인 관행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줍니다. 실무상으로도 10억 원 정도 넘는 채무관계에서 담보신탁을 설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담보신탁은 신탁회사와의 계약 체결, 신탁 수수료, 소유권 이전등기 등 비용과 절차의 부담이 있으므로, 소액 거래에서는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물적 담보가 어렵다면 이행보증보험 증권을 요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앞의 두 방법은 상대방이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어야 성립합니다. 상대방에게 그러한 부동산이 없거나 담보 제공이 어려운 경우에는, 보증보험회사가 발행하는 ‘이행(지급)보증보험 증권’을 요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SGI서울보증이 대표적인 발행기관입니다. 상대방이 보험료를 납부하고 증권을 발행받아 채권자에게 제공하면, 상대방이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채권자는 보증보험회사에 직접 청구하여 증권 금액의 범위 내에서 회수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도산과 무관하게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다만 여기에는 중요한 한계가 있습니다. 이행보증보험 증권은 보증보험회사의 신용심사를 통과해야 발행되므로, 상대방의 재무 상태가 이미 악화되어 있거나 부도 위험이 감지되는 시점에는 발행이 거절되거나 발행 조건이 크게 까다로워집니다. 정작 필요한 시점에는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역설이 있는 것이지요. 따라서 거래 초기에 상대방의 신용이 양호할 때 미리 요구해 두어야 실효성이 있습니다. 또한 형식상 보험료는 상대방이 부담하지만 결국 거래 조건에 반영되는 원가이므로, 실질적인 부담은 양측의 협상에 따라 나뉘게 된다는 점도 고려하셔야 합니다.

 

이상의 내용들은 채권자가 쉽게 꺼낼 수는 없지만, 알고 있어야 하는 카드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세 가지 수단은 채권자에게 강력한 안전장치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실무 거래에서는 돈을 지급하는 쪽이 상대적으로 갑(甲)의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아, 돈을 받아야 하는 쪽에서 이러한 담보를 요구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근저당권 설정을 요구하면 ‘우리를 못 믿는 것이냐’는 반응이 돌아오기 쉽고, 담보신탁이나 보증보험 증권의 요구 역시 무거운 요청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방이 평소보다 큰 규모의 거래를 제안하거나, 결제 시점을 크게 미루는 장기 신용을 요구하는 상황이라면, 그에 상응하여 담보 제공이나 보증보험 증권 발행을 요구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것은 거래 규모에 상응하는 통상적인 위험 관리입니다. 물론 그 경우에도 상대방의 불쾌감이나 거래 관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실무적으로, 거래의 성격과 규모, 기간, 상대방의 재무 상태 등을 종합하여 조심스럽게 접근하여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법적 수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알고 있다면 필요한 순간에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지만, 모른다면 부도 소식을 들은 뒤에야 뒤늦게 아쉬워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나에게 카드가 있다는 사실이 협상 과정을 담대하게 진행할 수 있는 내적인 지지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글이 사업을 하시는 동문 여러분들께 하나의 심리적인 버팀목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종민_ 농대 조경학과 04학번으로 전자상거래 기업에서 6년간 근무 후, 2021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본 칼럼에 기재된 사례는 법령과 판례를 설명하기 위한 목적의 가상의 사례임을 밝혀드립니다.(jongmin0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