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권 <1975.김상진> 감독, 김상진열사 50주기기념사업 준비위원장, 진실·기록TV 감독, 농생물 79
아! 그 자리가 여기야?
진실·기록TV팀은 지난 5월, 서울 종로구 소격동 165번지 국립 현대미술관(서울)을 현장 촬영했다. 이곳은 옛 보안사령부자리다. ‘서울의 봄’ 세대인 내게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모든 악의 출발점이자 근원은 전두환 군사반란이다.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은 군사반란에 성공하고 이틀 뒤인 14일, 포상의 의미 가득한 군 수뇌부 인사를 발표한다. 그리고 국군 보안사령부 정문 좌측면에서 기념 촬영한다. 34명이 찍은 사진, 우리가 익히 보아온 ‘나쁜 놈들의 역사’ 상징이다. 나는 왜 지난 50년 가까이 저 장소가 어디인지 묻지 않고 확인을 안 했을까라는 자책감이 들었다.

옛 보안사령부 현관에서 1979.12.14
저 자리에서 전두환과 반란세력은 12.12 군사쿠데타, 광주 5.18 민간인학살, 강제징집·녹화공작, 삼청교육대, 언론 통폐합, 유학생 간첩단 사건을 주도했다. 온갖 고문과 의문사, 조작의 대표적 ‘장소성’을 상징한다.
2009년 이명박은 이 옛 보안사 부지를 생뚱맞게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 미술관으로 2013년 개관, 현재에 이르고 있다. 당시 주무장관이 유인촌이었다. 보안사령부는 이름을 기무사로 고쳐 과천으로 옮겼고, 지금은 방첩사령부로 바뀌었다. 하지만 본질은 그대로, 방첩사는 이번 윤석열 12.3 내란 반란의 주역으로 다시 작동했다.

국립현대미술관(옛 보안사령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보안사 건물과 부지는 민주주의를 짓밟으며 국민의 생명을 빼앗고, 청춘들의 인권을 유린한 ‘장소성’이 있다. 국민의 삶을 희생시킨 국가폭력의 진실을 규명하여 기록하고 전시할 수 있는 역사적 의의를 가지는 공간이다. 미술관으로 쓰이는 것은 합당치 않다. 광화문(소격동 165번지) 옛 보안사령부 건물을 ‘국가폭력 희생자를 추모하고 기념하는 기념공간’으로 조성할 것을 국민주권 정부에 강력히 요구한다.
그 건물 앞에서 의기양양 사진 찍은 반란군(34명)들은 어느 한 놈도 사과하거나 참회하지 않았다. 부귀영화를 누리고 살았다. 심지어는 죽어서 국립현충원에 홍범도 장군과 함께 묻혀있다. 한놈 한놈 이름과 죄악상을 역사의 심판대에 올려 단죄하고, 그 ‘반란노릇’, ‘반헌법행위’들을 영원한 부끄러움으로 역사에 새기는 방법을 찾기를 갈망한다.
진실·기록TV는 향후 현대사 기록 스토리라인에서 소격동 옛 보안사건물을 여러 측면에서 중요한 밑재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2026년 5월 2일 군의문사 합동추모문화제 거리행진

청와대행진 후 비서관에게 제안서 전달
강제징집·녹화공작 진실규명위원회는 2026년 5월 2일, 소격동 옛 보안사 건물 앞에서 2026년 합동추모문화제를 개최했다. 영정 행진으로 광화문을 돌아 청와대까지 진행하고 대통령에게 옛 보안사건물을 국가폭력기록관으로 운영하는 제안서를 제출했다.
전두환이 집에서 제명대로 죽었기 때문에 윤석열이 나왔다.
진실·기록TV는 평화박물관(한홍구교수)과 함께 2024년부터 강제징집 및 국가폭력희생자들을 영상으로 기록·표출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덕분일까? 79학번으로 얼마 안 있으면 칠순이지만 여전히 군대 장면들과 끊임없이 만나고 다듬고 기록하는 요즘이다. 동시에 ‘내가 그린 삶의 무늬는’ 어떤 것이었는가 묻는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권에 이르기까지 국가폭력이 저지른 죄악상이 수도 없지만 그중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강제징집·녹화·프락치공작이다.
군 강제징집 및 녹화 공작이란?
1971년 위수령 발동 이후 1975년 긴급조치 9호, 1980년 계엄 포고령, 그리고 제5공화국에 이르기까지 박정희, 전두환 독재 정권은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학생들을 신체검사, 소집 영장도 없이 강제로 군대에 끌고 갔다.

<사진 6> 군 강제징집 녹화공작 증언집 1권, 2권 _도서출판 은빛
병역법에 따라 대학생들은 재학 중 입영 연기 혜택을 받을 수 있었으나 군사 정권은 학적을 변동시켜 군에 강제 징집시켰고, 이 과정에서 수사기관에 불법 체포와 구금, 입대 후 특별 관리 및 동향 감시 등의 위법과 인권 침해가 있었다. 특히 전두환 정권은 학생 운동 전력 사병들에 대한 관리 조치를 체계화하여 ‘특수 학적 변동자’로 신원을 특별 관리했다. 보안사 및 보안부대가 이들을 연행·구금 상태에서 ‘심사’라는 명목으로 조사했다. 구타와 고문, 협박을 통해 진술서와 반성문을 쓰게 하고, 전향을 위한 순화 교육, 휴가를 내보내 학생 운동 첩보 수집 등 프락치 활동을 강요했다.
그렇게 청년·학생들에게 자행된 국가폭력은 다음과 같이 몇 갈래의 삶결로 우리 역사에 아로새겨진다.
첫째, 김두황, 한영현, 최온순, 정성희, 최우혁, 김용권, 한희철 열사처럼 군 복무 중이거나 강제징집 당한 상태에서 보안대에 끌려가 온갖 회유와 고문 끝에 죽임을 당한 분들이 있고, 둘째, 죽임을 당한 아들들을 가슴에 묻고 평생 진상 규명과 민주주의, 대의를 위해 싸운 부모와 가족들의 삶결이 있다. 세 번째로는 고문과 강제징집 트라우마로 몸에 이상이 생겨 평생 온전한 삶을 살지 못한 채 여전히 신음하는 피해자들과 동시에 그들을 뒷받침하느라 온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된 부모와 가족들이 있다. 여기에는 제대 후 고문 후유증으로 중간에 유명을 달리한 분들도 많다. 네 번째 물결로 그 과정을 견디고 감내하면서 살아남아 경향 각지에서 각자의 역할을 맡아 최선을 다해 살아낸 피해자들이 있다. 그리고 다섯째로 윤석열정부아래서 경찰국장을 지낸 김순호 같이 다양한 형태의 배신자(전향자)들도 있다.
『높은 산 깊은 골 적막한 산하』
강제징집 녹화공작 피해자들의 증언집이 출간됐다.
강제징집·녹화·선도공작의 참혹한 역사를 기록하는 사업은 진화위가 발주하고 성공회대학교 민주자료관에서 수행한 ‘강제징집 및 녹화선도공작 피해자증언채록 용역사업’에서 시작되었다. 2024년, 9개월간 약 90여 명의 강제징집피해자들의 증언을 구술채록했다. 진실·기록TV팀은 기록화작업을 수행했다.
사업이 끝나갈 무렵 확보한 증언들을 세상에 알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피해자들속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그 증언들이 군사독재시대의 인권침해 실상을 전하는 귀중한 역사기록이라는 점과 함께 젊은 청년들의 생생한 체험담을 일반시민들과 함께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권형택(국사학과 74)을 편찬위원장으로 1년여 작업 끝에 총 60편의 증언록 원고가 완성되었다.

성공회대 평화박물관에서 피해자 채록 중인 진실기록TV팀

제1권 원혜영외 28명 제2권 안병권외 28명
맺음말
권형택 편찬위원장과 두 분의 추천사로 글맺음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어떻게 보면 굴욕적이고 참혹한, 그래서 다시 떠올리기 싫을 수 있는 젊은 날의 역사를, 구술로, 자필원고로 증언해준 강제징집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이 증언록이 당사자들의 삶에 조그만 위로가 되었으면, 그리고 고통스러웠지만 ‘치열했던 젊은 날의 열정에 바치는 꽃 한 송이가 되었으면 한다. –편찬위원장 권형택
청춘의 영혼을 짓밟은 군홧발에 대한 침묵이 윤석열의 계엄령을 불러온 건 아닐까? 괜찮은 줄 알았다. 대학도 다녔고 학생 운동도 했으니 다른 국가폭력 피해자들 앞에서 우리 얘기는 입 밖에 내서는 안 된다고 여겼다. 죽은 이들의 진상도 못 밝혔는데 엄살 피는 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 그게 아니었다. 청춘의 영혼을 짓밟은 군홧발에 대한 우리의 침묵이 윤석열의 계엄령을 불러온 건 아닐까? 이 책에 실린 고백은 우리 사회를 치유와 애도의 공동체로 바꿔나가는 작은 다짐이다. –역사 학자 한홍구
오래된 미래를 경계하는 청춘의 기록. 이 책은 한 시대를 옥죄였던 국가 폭력에 대한 증언입니다. 혼자 사지에 내몰려 짓밟히면서도 굴복하지 않고 어둠의 시대를 통과했던 청춘들의 생존 기록입니다. 증언하고 기록할 용기를 낸 그대들 존경합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응원합니다. 그대들은 역사의 생존자이고 인생의 승리자입니다. 이 글들은 눈물로 얼룩진 승리의 기록이라 생각합니다. – 작가 유시민
안병권_ 이야기농업연구소장, 농생물 79, 인문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농민들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으로 홍보하는 것을 돕는 ‘이야기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2007년 『도시와 통하는 농촌 쇼핑몰 만들기』, 2011년 『이야기 농업』, 2015년 『스토리두잉』 등 세 권의 책을 펴냈다. (ecen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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