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환경재료과학 08
2026년 6월 3일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 시계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각 정당의 공천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며 후보자들의 윤곽이 선명해지는 시점, 도지사·시장·구청장 후보들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아래 광장을 누빌 때 그 이면에서 또 하나의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시·도 교육감 선거다. 광역자치단체별로 단 1명, 전국을 통틀어 17명(전남·광주 통합 시 16명)만이 선출되는 교육감은 그 희소성만큼이나 막강한 권한을 지닌 자리다. 특히 이번 선거는 오랜 시간 지역 교육계를 이끌어온 현역들이 빈자리, 이른바 ‘무주공산’이 된 지역이 많아, 그 어느 때보다 출마 열기가 뜨겁다.
그 열기를 증명하듯 수많은 인사가 교육의 수장을 자처하며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과거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가 서울시 교육감 예비후보로 등록한 사례는 교육감 선거가 더 이상 교육계 내부의 리그가 아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법조계 중진이자 뚜렷한 정치적 상징성을 가진 인물조차 교육행정의 수장을 목표로 삼는다는 것, 그 자체가 이 직위가 지닌 무게를 방증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주권자인 시민들은 이들이 누구인지, 어떤 교육 철학을 가졌는지 거의 알지 못한다. 거물급 인사가 등판해도 ‘누가 나왔느냐’보다 ‘우리 동네 교육감도 뽑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이 먼저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이 지독한 무관심은 우연이 아니다. 헌법적 가치인 ‘정치적 중립’이라는 미명 아래 구조적으로 강화된 결과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 공천을 금지함으로써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의도적으로 끊어냈다. 교육이 정치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으나, 현실에서의 결과는 참담하다. 정치의 중심부에서 강제로 격리된 교육감 선거는 대중의 관심에서도 멀어졌고, 그 고립된 빈자리에는 무능과 비리, 폐쇄적인 진영 논리가 스며들었다. 주권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정치적 행위임에도 ‘정치적’이라는 단어에 갇혀 건강한 공론장조차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정치로부터의 중립’이 어느 순간 ‘시민으로부터의 단절’로 변질된 것이다.
선거가 거듭되면서 후보자들은 생존을 위한 공학적 학습을 마쳤다. 개별 출마 후 각개격파 당하기보다 선거 전 진영별로 후보를 압축하는 ‘단일화’가 필승 전략이라는 점이 상식으로 굳어졌다. 문제는 정당 공천이라는 공식 시스템이 없다 보니, ‘단일화 기구’라는 정체불명의 임의단체가 사실상 공천권에 준하는 권력을 행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900만 시민이 거주하는 서울의 교육 수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단일화에 참여하는 선거인단은 많아야 2~3만 명 수준이다. 지방으로 내려가면 고작 몇천 명의 손에 의해 진영의 대표가 결정되기도 한다. 수백만 명의 표심을 대변해야 할 후보가 극소수의 열성 지지층에 의해 선발되는 이 구조적 괴리는 대의제의 명백한 왜곡이며, ‘깜깜이 민주주의’의 전형이다.
우리는 지금의 교육자치 형태가 헌법이 보장한 불변의 성역이라고 오해하곤 한다. 그러나 헌법 제31조 4항을 다시 읽어볼 필요가 있다.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헌법은 교육자치의 가치를 선언할 뿐, 그 구체적인 실현 방식은 입법자의 재량, 즉 시대적 합의에 의한 법률 제정에 맡겨두었다. 지금의 제도가 교육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면, 우리는 헌법이 허용한 범위 안에서 얼마든지 새로운 교육자치를 설계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가.
첫째, 결선투표제의 도입이다. 이것은 선거 구조 개혁 가운데 가장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처방이다. 현행 단순 다수제 아래에서는 후보가 난립할수록 소수 득표만으로도 당선이 가능하다. 바로 이 구조적 허점이 ‘단일화 기구’의 권력을 정당화하는 근본 원인이다. 진영으로서는 단일화에 실패하면 표가 분산되어 공멸하므로, 임의 기구에 공천에 준하는 권력을 이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면 이 논리가 무너진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두 후보가 결선을 치르는 방식은, 후보 난립으로 인한 소수 득표 당선을 원천 차단한다. 후보들은 더 이상 단일화 협상 테이블에 매달릴 필요 없이 정책 경쟁에 집중할 수 있고, 유권자는 1차 투표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지지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질 수 있다. ‘단일화 기구’는 존재 이유 자체를 잃는다. 정당공천이 불가능한 현 상황에서 그와 가장 유사한 효과를 낼 최선의 현실적 대안이다. 프랑스 대선을 비롯한 수많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미 검증된 이 방식은, 현행 지방교육자치법의 개정만으로 도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현실적 실현 가능성도 높다.
둘째, 시장·교육감 러닝메이트 제도다. 광역단체장과 교육감이 하나의 팀을 이뤄 출마하는 방식으로, 이 제도의 핵심 가치는 책임의 가시화다. 유권자는 단체장의 얼굴과 교육감의 정책을 하나의 패키지로 보고 판단하게 되고, 그 선택의 결과 역시 두 사람이 공동으로 짊어진다. 예산 배분, 돌봄 정책, 직업교육 연계 등 교육과 지자체 행정이 맞물리는 사안에서 정책 일관성도 높아진다. 지금처럼 교육감과 단체장이 서로 다른 정치적 지향을 가진 채 충돌하며 교육 행정이 표류하는 일도 구조적으로 예방된다. 유권자 참여 측면에서도 효과적이다. 교육감 후보를 단독으로 알아야 하는 부담이 줄고, 자신이 이미 지지하는 단체장 후보와의 조합 속에서 교육감을 판단할 수 있으니 투표 참여의 문턱이 낮아진다. 다만 교육감이 단체장에게 종속되어 교육 고유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는 교육감의 독립적 인사권과 예산 편성권을 법률로 명시함으로써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
그러나 위 두 대안은 모두 문제의 지엽을 건드릴뿐, 뿌리를 뽑지는 못한다. 결선투표제는 단일화 기구의 권력을 약화시키지만, ‘깜깜이 선거’의 본질인 후보 정보의 불투명성을 해소하지는 못한다. 러닝메이트제는 유권자 참여를 높이지만, 결국 단체장의 정치적 색채에 교육감이 종속되는 구조를 만들 뿐이다. 두 대안 모두 정치적 연계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근본 처방이 되기 어렵다.
우리가 최종적으로 가야 할 곳은 결국 교육감 정당 공천의 허용이다. 이것이 가장 급진적으로 보이지만, 실은 가장 솔직하고 가장 민주적인 해법이다. 후보자가 어떤 정당의 가치와 궤를 같이하는지를 공개함으로써, 유권자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적 노선 위에서 교육감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정당이라는 공개된 책임 구조 안에서 후보를 검증하게 되니, ‘단일화 기구’라는 음지의 권력은 완전히 해체된다. 비판론은 교육이 정쟁의 도구로 전락할 것을 우려한다. 그러나 냉정하게 직시하자. 지금도 진영 논리는 이미 엄연히 작동하고 있다. 차이는 단 하나다. 지금은 그것이 음지에서 작동하고, 정당 공천 이후에는 양지에서 작동한다는 것이다. 미국 다수 주(州)에서 교육위원회 선거에 정당 공천을 허용하고 있으며, 이것이 교육의 질 저하로 직결된다는 실증적 근거는 없다. 오히려 정당 공천이 이루어진 지역에서 유권자의 후보 인지도와 투표율이 유의미하게 높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존재한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란 교육 내용과 교육 철학이 특정 권력에 종속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이지, 교육 수장을 뽑는 선거 자체가 시민의 정치적 판단으로부터 격리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 두 가지를 혼동해 온 것이 지금까지의 오류였다.
새로운 제도를 설계하는 기준은 단순하고 명확해야 한다. 무엇이 주권자의 참여를 더 활발하게 이끌어내고, 무엇이 더 투명한 민주적 선택을 보장하는가. ‘정치적’이라는 꼬리표를 두려워해 교육행정을 암실에 가둬두는 것은 민주주의의 퇴행일 뿐이다. 결선투표제로 단일화 기구를 해체하고, 러닝메이트제로 유권자의 참여를 넓히며, 궁극적으로 정당 공천을 허용해 교육 선거를 시민의 공론장으로 복원하는 것, 이 세 가지는 순서가 있는 로드맵이다. 당장 모든 것을 한꺼번에 바꿀 수 없다면, 최소한 그 방향만큼은 분명히 해야 한다. 투명성이 곧 중립성이다.
지방교육행정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이자 시민의 삶에 직결된 핵심 공공 사무다. 시민들이 후보자의 면면을 온전히 살피고 당당하게 교육 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이제 제도의 판을 다시 짜야할 때다. 형해화(形骸化)된 교육자치의 틀을 깨고 교육 주권을 주권자의 품으로 돌려주기 위한 대담한 재설계, 그것이 헌법이 우리에게 부여한 진짜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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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_ 농대 학회 ‘농학’에서 활동했으며 농대 부회장을 역임했다. 학부 졸업 후 교육학과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 과정을 마쳤다. 서울시교육청 교육감 정책보좌관으로 일하다 조희연 교육감의 직 상실 이후 국회에 새 둥지를 틀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최민희 의원실 선임비서관으로 일했다.(edu.tech.khs@gmail.com)
Last modified: 2026-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