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11:22 오후 144호(2026.04)

[오정삼의 人in人]
“Amazing Grace”의 두 얼굴

오정삼 농경제 79

나나 무스쿠리(Nana Mouskouri)가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불러서 구원과 희망의 상징으로 잘 알려진 <Amazing Grace>.

“Amazing grace, how sweet the sound.”로 시작하는 이 노랫말은 과거 아프리카에서 흑인들을 잡아다 파는 악명 높은 노예 무역선의 선장이었던 존 뉴턴(John Newton)이 1772년에 지은 시에서 따온 것이다. 1748년 5월, 그가 탄 배가 거대한 폭풍우를 만나 침몰 위기에 처했고, 죽음의 공포 앞에서 그는 평생 처음으로 하느님께 “자비를 베풀어 달라”며 간절히 기도한다. 그리고 마침내 기적적으로 살아남아서 항구에 도착한 그는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Through many dangers toils and snares,

(많은 수고와 올무의 위험을 이겨내고,)

we have already come.

(우리는 드디어 여기 도착했습니다.)

It was grace that brought us save that far.

(우리를 여기까지 인도한 것은 은총이었습니다.)

And grace will lead us home.

(그리고 은총이 우리를 집으로 인도할 것입니다.)

이후 그는 노예무역을 그만두고 신학을 공부해 목사가 되었고, 평생을 노예 제도 폐지 운동에 헌신한다. 삐딱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요즘 ‘Amazing grace, how sweet the sound. That saved a wretch like me.’라는 노랫말이 “‘놀라운 은총’이란 말, 이 얼마나 달콤한가. 이 말이 나 같은 놈을 지켜주네!”로 들려온다.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 : 트럼프는 언제나 마지막엔 꼬리를 내려.)로 조롱받던 트럼프는 2026년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을 무력으로 축출·체포한 직후, 백악관 공식 SNS에 자신의 사진과 함께 FAFO(Fuck Around and Find Out)라는 비속어를 올리면서 굳이 우리말로 풀이하면 “너 까불다간 진짜 골로 간다!”는 뜻을 가진 전략을 내세우는가 하면, 성경의 요한계시록 16장 16절에 등장하는 선(하나님)과 악(사탄과 적그리스도)의 군대가 맞붙는 인류 최후의 전쟁 ‘아마겟돈’을 연상케 하는 ‘문명의 종말’을 떠들고 있다. 그런가 하면 자신의 몸에 십자군의 상징인 ‘예루살렘 십자가’ 문신을 새기고, 국방부의 명칭을 전쟁부(Department of War)로 되돌린 피트 헤그세스(Pete Hegseth) 전쟁부 장관은 현재의 이란 전쟁을 ‘제9차 십자군 전쟁’이라 부르며 성전임을 선언한다.

사실 신념과 종교적 명분을 앞세운 ‘성전(Holy War)’은 인류사에서 가장 처참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비극들을 남겨왔다. 왜냐하면 “신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전쟁들은 타협이 불가능한 절대 선과 악의 구도로 흘러가기 때문에 민간인 학살이나 문화적 파괴가 필연적으로 동반되기 때문이다.

11~13세기 200여 년 간 전개된 십자군 전쟁은 더 이상 언급할 필요도 없고, 1618년~1648년 유럽 내 가톨릭과 개신교 간의 갈등에서 시작되어 독일지역 인구의 약 30%가 사망한 ‘30년 전쟁’, 그리고 1562년~1598년 프랑스 내 가톨릭교도와 개신교도 사이의 내전인 ‘위그노1 전쟁’에서는 성 바르톨로메오 축일(1572)에 파리에서만 수천 명의 위그노가 하룻밤 사이에 학살당했고, 이 광기가 프랑스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1.위그노(Huguenot) : 16~17세기 프랑스의 개신교 신자(칼뱅파)들을 부르던 명칭. 초기에는 가톨릭 측에서 그들을 비하하거나 조롱하기 위해 부르던 별명이었으나, 점차 프랑스 개신교도를 지칭하는 정식 명칭처럼 굳어짐.

현재진행형이기도 한,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는 과정에서 힌두교와 이슬람교 간의 종교적 대립으로 발생한 인도-파키스탄 간의 폭동과 학살은 1947년 분리 당시에만 약 100만 명에서 200만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그리고 21세기에도 ‘성전(지하드)’을 표방하며 자행되는 테러와 전쟁은 시리아 및 이라크 내전에서 IS(이슬람 국가)가 자신들의 교리에 반하는 이교도뿐만 아니라 같은 무슬림까지도 ‘불신자’로 규정하며 대량 학살이 자행되고 있다.

이와 같이 신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전쟁은 적을 ‘악마화’함과 동시에 폭력을 신의 뜻으로 정당화하는 논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비타협적이고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한 번 발생한 종교 전쟁의 상처는 수백 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민족 간 종교 간 증오와 복수의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사실 트럼프의 광기는 이번 전쟁의 첫날인 2월 28일 최소 251명의 사상자(사망 156명, 부상 95명, 사망자 중 초등학생 120명)가 발생한 이란 미나브시(Minab)의 샤자레 타이예베 초등학교 오폭 사건에서 이미 예견된 것일 수 있다. 트럼프는 이 민간인 학살을 “이란이 자국민을 방패로 삼은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으나, 오히려 영상 속 미사일이 미국의 토마호크(Tomahawk) 임이 확인되면서 거짓임이 드러났다.

미국의 오폭에 의한 미나브시 초등학교 사망자들의 묘지

그런데 아는가? 트럼프여! 당신이 일으킨 이 전쟁이 앞으로 수백 년에 걸쳐서 당신의 후손들을 죽음으로 몰아갈 것이라는 것을! 심지어 최근 트럼프는 자신을 예수로 묘사한 사진을 트루스 소셜(Truth Social) 계정에 게시했다가 논란이 일자 삭제하기도 했다.

한편 전쟁의 또 한 축인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전쟁에 대해서 “아말렉(Amalek)”이라는 표현을 수차례 하면서 이 전쟁의 성격을 ‘신이 명령한 인종적·종교적 청소’로 규정하고 ‘절멸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구약 성경(사무엘상 15장 3절, 공동번역)은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그러니 너는 당장에 가서 아말렉을 치고 그 재산을 사정 보지 말고 모조리 없애라. 남자와 여자, 아이와 젖먹이, 소떼와 양떼, 낙타와 나귀 할 것 없이 모조리 죽여야 한다.”

트럼프와 네타냐후여,

당신들이 가고 있는 그 길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Quo vadis, Domine?(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0

오정삼_ 젊은 시절 학생운동, 노동운동에 투신하였으며 결혼 후 40년 가까이 서울시 강북구 주민으로 사회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사)삼양주민연대 사무국장으로 주민 참여와 자치를 통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확장하고 주민 권익과 협동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한 활동에 매진하였으며, 서울시 혁신교육지구 사업과 함께 ‘더불어 현재를 즐기고 미래를 여는 청소년’의 비전을 바탕으로 삼양동청소년아지트 센터장을 역임하다 퇴임하였다. (baroaca@gmail.com)

Last modified: 2026-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