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환경재료과학 08
최근 교원단체들은 ‘교원의 정치기본권 보장’이라는 아젠다를 지속적으로, 그리고 매우 강렬하게 요구하고 있다. 어떤 단체의 수장은 이를 관철하기 위해 단식투쟁까지 불사했다. 교육계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하게 분출되는 시점이다.
분명 지난 대선 국면에서 교원의 정치기본권 보장은 몇 없는 교육 의제 중 하나로 중요하게 취급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한 걸음 물러나 자문해 보아야 한다. 과연 이 요구에 대해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지점은 이것이다. 교원의 정치기본권이 보장되면, 우리 교육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정말로 해결되는가?
정확히 말해, 정치기본권 보장을 통해 교육이 정상화되고, 무너진 교권이 확립되며, 교실이 다시 살아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현행 체제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했던 수업이, 정치적 자유가 주어지는 순간 가능해지는 측면이 있는가? 이 물음에 대한 명쾌한 답 없이는 국민적 지지를 기대하기 어렵다.
사실 냉정하게 따져보자면, 현재의 교사 조직은 결코 정치적 약자가 아니다. 이미 교사노조연맹 등은 10만 명이 넘는 조합원을 보유한, 한국에서 손꼽히는 대규모 조직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 어떤 이익단체나 직군보다도 강력한 정치적 주체로서 행위하며, 노조발 입법 제안과 정책 토론회는 매일같이 국회 담벼락을 넘나든다. 교사 출신으로서 그 정체성을 입법에 투영하는 의원들이 21대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꾸준히 배출되고 있는 현실은, 이들이 이미 충분히 강력한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런 상황에서 도대체 어떤 정치적 기본권이 부족하기에, 무엇을 더 개선하기 위해 투쟁의 강도를 높이는 것인지 국민들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다. ‘참교육’이 과거에 큰 울림을 주었던 이유는 그것이 학교 현장의 변화와 수업의 질적 혁신이라는 구체적인 지향점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기본권 담론에서는 교실의 변화를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이들이 주장하는 ‘정치적 권리’의 요체는 무엇인가? 최근 한 언론에 기고된 글에서 그 단서를 추측해 볼 수 있다. 김헌용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 위원장이 한겨레 21에 기고한 해당 글에는
“더 큰 문제는 교육감 선거에 현직 교육자가 출마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등은 교육자의 출마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결국 현장에서 직접 만나고 경험한 자질 있는 리더를 선택할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된 것이다.”
라는 대목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 현행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은 교육자의 출마를 금지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당인의 관여를 차단하고, 일정 기간 이상의 교육 경력을 가진 교육자만이 출마할 수 있도록 문턱을 세워두었다. 다만 한 가지 제한되는 점은, ‘교사’라는 신분을 유지한 채 교육감이나 국회의원이 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즉, 정치를 하려면 직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는 공무원의 중립 의무와 직무 전념 원칙에 따른 지극히 일반적인 규정이다.
결국 이러한 사실관계를 종합해 볼 때, 교원의 정치기본권 보장이라는 아젠다는 어쩌면 현장 교육의 질적 변화보다는, 활동가들이 국회의원이나 교육감직에 출마할 때 감수해야 하는 개인적 리스크를 없애고 싶어 하는 요구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만약 본질이 그러하다면, 이는 국민적 공감대와는 영원히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
오히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더 본질적이고 파격적인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교원단체들이 그토록 갈구하는 정치적 기본권의 획득과, 동시에 현장의 고질적인 병폐인 행정업무 부담으로부터의 해방을 원한다면 차라리 ‘교사의 비공무원화’를 공론화해 보는 것은 어떠한가.
현재 교사가 누리는 강력한 신분 보장과 타 선진국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 수준은 모두 ‘공무원’이라는 신분적 특수성과 그에 따른 의무를 전제로 설계된 것이다. 공무원으로서 누리는 권리와 보호막은 그대로 유지한 채, 공무원이기에 지켜야 할 중립의 의무와 제약만을 벗어던지겠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만약 교직 사회가 공무원이라는 틀을 벗어나 전문직군으로서의 자율성을 완전히 확보하고자 한다면, 정치적 자유는 물론 공문 처리를 비롯한 행정 업무의 굴레에서도 자연스럽게 벗어날 명분이 생길 것이다. 권리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비용이 따르는 법이다.
우리는 다시 ‘참교육’의 초심으로 돌아가 질문해야 한다. 교실 붕괴와 ‘교육 불가능’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막고 있는 실질적인 장애물이 무엇인지를 말이다. 진정 교육을 살리고 싶다면, “공무원의 혜택은 누리되 정치를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모순된 요구가 아니라, 우리 교육 체계가 나아가야 할 근본적인 방향에 대한 정직한 고찰이 우선되어야 한다. 교육의제는 오직 교육 현장의 변화를 담보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기꺼이 짊어질 때 비로소 그 정당성을 얻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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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_ 농대 학회 ‘농학’에서 활동했으며 농대 부회장을 역임했다. 학부 졸업 후 교육학과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 과정을 마쳤다. 서울시교육청 교육감 정책보좌관으로 일하다 조희연 교육감의 직 상실 이후 국회에 새 둥지를 틀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최민희 의원실 선임비서관으로 일했다.(edu.tech.khs@gmail.com)
Last modified: 2026-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