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민 변호사, 조경 04
지난 글에서는 민사소송(재판)이 ‘강제집행’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강제집행’은 다른 사람에게 돈을 받기 위해 국가의 힘을 빌려 강제로 돈을 가져오는 과정이라고 설명해 드렸습니다.
그리고 이 ‘강제집행’을 하려면 법원에서 “당신이 이겼습니다”라고 결정해 준 민사소송의 ‘확정된 판결문’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재판이 확정되기까지는 길게는 2~3년까지 소요될 수 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채무자가 자신의 재산을 처분하거나 은닉하면, 나중에 승소 판결을 받아도 강제집행할 재산이 없어 돈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재판이 확정되기 전에 상대방의 재산을 임시로 ‘묶어두는’ 조치가 있습니다. 이를 ‘가압류(假押留)’라고 합니다.
1. 가압류 신청에 필요한 조건
법원이 한쪽 당사자의 재산을 임시로 묶어두는 것은 신중해야 하므로, 가압류 신청 시에는 두 가지 핵심 요건을 법원에 소명(설명)해야 합니다.
첫째, ‘피보전권리’입니다. 이는 “채무자에게 돈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차용증, 계약서, 은행 이체 내역 등 채권(받을 돈)의 존재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합니다.
둘째, ‘보전의 필요성’입니다. 이는 “지금 당장 가압류를 하지 않으면 나중에 강제집행이 불가능해지거나 매우 곤란해질 염려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채무자가 경제적인 파탄에 직면해 있는 상태이거나, 갑자기 부동산을 처분하려 하거나 재산을 은닉하려는 정황이 있다면, 이러한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2. 가압류 신청 비용(담보제공/공탁금)
가압류는 본안 소송(정식 재판)이 확정되기 전에 상대방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임시 조치입니다. 만약 가압류 신청자가 나중에 본안 소송에서 패소한다면(즉, 돈 받을 권리가 없었다면), 부당한 가압류로 인해 상대방(채무자)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그래서 법원은 이러한 위험에 대비하여, 신청자에게 일종의 ‘보증금’을 법원에 맡기라고 명령합니다. 이를 ‘담보제공(공탁금)’이라고 합니다. 이 담보는 현금으로 맡기거나(현금 공탁), 일부는 ‘서울보증보험’ 등의 보증보험증권으로 대체(보증 공탁)할 수 있습니다. 즉, 가압류를 신청하려면 일정한 비용과 책임을 감수해야 합니다.
이 담보는 ‘채무자가 부당한 가압류로 입을 수 있는 손해’(예를 들어, 예금이 묶여 사업상 손해를 보았거나, 부동산을 제때 팔지 못해 발생한 금전적 손실 등)를 보장하기 위한 것입니다. 따라서 채권자(신청자)가 본안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여 ‘확정판결’을 받으면, 가압류의 정당성이 입증된 것입니다. 이때 법원에 ‘담보취소’ 신청을 하여 맡겼던 담보를 회수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이 과정에서 채무자에게 의견을 물을 수 있으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담보취소를 결정합니다.
유의할 점은, 이 담보(공탁금)는 가압류의 정당성이 명확히 입증된 후에야 회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무상으로 본안 소송의 ‘확정판결’이 없다면 사실상 담보(공탁금)를 돌려받기 어렵습니다.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이나, 채무자의 동의가 없는 상황에서는 이 담보(공탁금)를 돌려받기 매우 어려우므로 가압류 신청은 신중해야 합니다.
반대로 채권자가 본안 소송(정식 재판)에서 패소한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원칙적으로 이 가압류는 ‘부당한 가압류’가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채무자는 가압류 기간 동안 입은 손해에 대해 배상을 청구(손해배상청구)할 수 있습니다. 법원이 채무자의 손해를 인정하면, 채권자가 맡겼던 담보(공탁금)에서 그 금액이 우선적으로 지급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무적으로 그 손해액은, 가압류된 금액의 법정 이자액(연 5% 정도)의 수준에서 인정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손해배상액의 수준은 그리 크지 않은 편입니다. 이는 가압류를 당하는 사람(채무자)의 입장에서는 화가 나는 일일 것이고, 반대로 가압류를 하는 사람(채권자)의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지점일 것입니다.
3. 가압류의 대상이 되는 재산
가압류는 대상 재산의 종류에 따라 그 방법이 다릅니다.
첫째, 부동산(집, 땅) 가압류는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등기부등본에 ‘가압류’ 사실을 기재하는 방식입니다. 가압류가 등기되면 채무자가 해당 부동산을 매매하거나 담보로 제공하기 어려워집니다.
둘째, 채권(예금) 가압류는 가장 많이 활용되는 방식입니다. 채무자가 은행(제3채무자)에 대해 갖는 예금반환채권을 가압류하는 것입니다. 법원의 결정문이 은행에 송달되면, 은행은 해당 금액만큼 채무자에게 예금을 지급하는 것을 중지합니다.
셋째, 유체동산(물건) 가압류는 채무자 소유의 가전제품, 귀금속 등 값나가는 물건에 집행관이 ‘압류표시(딱지)’를 하여 처분을 막는 것입니다. 채무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줄 수 있으나, 실제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적은 경우가 많아 보충적으로 사용됩니다.
그러나 그 어떤 경우에도 채무자의 재산을 타인인 채권자가 들여다볼 수 있는 방법은 쉽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부동산의 경우 등기부가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채무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거주지나 사무실의 등기부등본을 떼어볼 수 있지만 그마저도 채무자의 소유지가 아니라면 채무자의 재산을 알 수 있는 방법은 한정적입니다.
4. 가압류 절차의 특징(신속성과 밀행성)
만약 채무자가 가압류 신청 사실을 미리 알게 된다면, 재산을 처분하거나 숨길(은닉) 위험이 큽니다.
따라서 가압류 절차는 채무자가 알지 못하게 ‘조용하게(밀행성)’, 그리고 ‘신속하게(신속성)’ 진행됩니다. 법원은 채권자가 제출한 서류만으로 심리하여 결정을 내리며, 채무자를 심문하지 않습니다. 채무자는 보통 자신의 예금 통장이 지급 정지되거나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후에야 가압류 사실을 인지하게 됩니다.
5. 가압류는 ‘임시’ 조치일 뿐입니다.
가압류는 채무자의 재산을 강제로 가져오는 것이 아닙니다. 재산을 함부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임시로 ‘묶어두는’ 보전 조치일 뿐입니다.
가압류 결정을 받았더라도, 채권자는 반드시 ‘본안소송(정식 재판)’을 제기하여 “돈을 지급하라”는 ‘확정판결’을 받아야만 합니다. 이 확정판결을 가지고 강제집행을 할 수 있습니다. 만약 가압류만 신청하고 본안소송을 제기하지 않거나 소송에서 패소하면 가압류는 취소되며, 앞서 설명한 대로 채무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6. 돈 이외의 권리를 보전하기 위하여는 ‘가처분’을 하여야 합니다.
법률 용어 중에는 ‘가압류’ 외에도 ‘가처분’이라는 비슷한 말이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가압류’는 다른 사람에게 ‘돈(금전)’을 받기 위해 상대방의 재산을 미리 묶어두는 것입니다. 반면 ‘가처분’은 상대방에 대하여 돈 이외의 권리(예: 물건을 돌려받을 권리, 특정 행동을 막을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임시로 취하는 조치입니다.
‘가처분’은 뉴진스와 어도어의 분쟁 사례처럼 계약상 지위가 있음을 인정해달라고 요구하거나, 상대방을 빠른 시간 내에 퇴거시켜달라고 요구하는 등 논리적으로 다양한 사례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처분은 본안의 소송이 있기 이전에 미리 빠르게 결론을 내어버리는 것이므로, 법원은 그 판단에 매우 신중한 경우가 많습니다.
7. 맺음말
금전적 다툼이 발생했을 때, 채무자가 재산을 처분하기 전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압류는 이러한 초기 대응의 핵심적인 단계입니다. 부디 이 글이 동문 여러분의 소중한 권리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0
이종민_ 농대 조경학과 04학번으로 전자상거래 기업에서 6년간 근무 후, 2021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본 칼럼에 기재된 사례는 법령과 판례를 설명하기 위한 목적의 가상의 사례임을 밝혀드립니다.(jongmin04@gmail.com)
Last modified: 2025-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