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12:41 오전 140호(2025.05)

[김상진 열사 가족 인사]
보고 싶은 오빠에게

50주년 추모제를 맞이하여

김연순(김상진 열사 둘째 여동생)

오빠!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네.

그 옛날처럼, 수원 농대 캠퍼스에도 벚꽃이 한창이야~

오빠 50주기 추모제를 한다고 많은 분들이

여기 그때 그 자리에 다시 모였어~

올해로 오빠 나이 77세, 많은 세월이 흘렀네

난 늘 오빠에게 편지가 쓰고 싶었어

가족 이야기도 들려주고, 살아가는 이야기, 힘든 일, 좋은 일

그냥 편안하게 무엇이든지 말하고 싶었어~

오빠 우리 어릴 때 생각이 나

잠자기 전에 불 다 끄고 해 주던 무서운 이야기들,

무서워서 벌벌 떨면서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자꾸 해달라고 조르곤 했지.

가족들 전부 용문산 계곡에 천렵 갔을 때 고기도 못 잡고 앉아 있으니

물가에 앉아 불어주던 하모니카 노랫소리~

중학교 때 강아지 사달라고 밥도 안 먹고 때 썼던 일.

그 강아지 데리고 산책 다니던 언덕길~

군대 다녀와 복학하고 대학교를 같이 다니며 나누었던 수많은 이야기들~

이제 오빠 떠난 지 50년이란 세월이 흘러 추모 행사를 하면서

오래간만에 온 가족들이 다 모이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어~

추모제 행사장에 걸린 사진을 보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네~

활짝 웃던 젊은 날의 씩씩했던 오빠의 모습이

너무나도 그립고 보고 싶어~~~

.

사월의 봄날.

오빠 떠난 지 어언 50년 추모제를 맞아

감회가 새롭고 많은 생각들이 엇갈려 옵니다.

처음 기념사업회를 시작했을 때부터

오빠의 뜻을 기리기 위해 많은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분들의 열성과 노고가 있었는지

새삼 감사의 마음에 저희 가족들은 고개가 숙여집니다.

문봉에 있던 오빠 묘소에 갈 때마다 외로이 있던 모습에

우리가 가고 나면 그만이겠구나 하는 아쉬운 마음이 늘 있었습니다.

이천 민주화 공원이 조성되어 옮겨진다고 하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저희 가족은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애써 주신 분들의 덕분이었겠지요.

해마다 봄이 되어 가보면 진달래가 피어있는

동산을 바라보며 잠들어 있는 모습이 평온해 보였습니다.

이번 추모제를 기회로 세월을 거슬러

그 옛날 오빠와 더불어 같이 지냈던 분들도 만나고

옛날이야기도 하니 오빠를 본 듯 반가웠습니다.

또한 병중에 계신 분도 계셔서 안타까웠습니다.

빠른 회복하시기를 빕니다.

오빠의 숭고하고 진실된 뜻이 잊히지 않고

이 땅에 전해지기를

50주년을 맞아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

애써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내내 건강하세요.

.
.
추모제에 참석한 김상진 열사 가족들

Last modified: 2025-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