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5:56 오후 114호(2018.10)

살아가는 이야기
다시 새 출발을 하며

황종섭 (서울시교육청 정무보좌관, 지역시스템공학 03)

3개월에 한 번씩 글을 쓰는데, 자주 새로운 소식을 전하게 됩니다. 이번에는 두 가지 개인적인 뉴스가 있습니다. 첫째는 직장을 옮겼다는 것이고, 둘째는 사는 곳을 옮길 예정이라는 것입니다.

작년 11월부터 사단법인 정치발전소에서 기획실장으로 일을 했습니다. 지금은 강병원 의원실에 있는 김형근(동물자원공학 05)도 일했던 곳이죠. 형근이가 국회로 가면서 빈자리를 제가 메운 셈인데, 지난 9월부로 10개월간의 업무를 정리했습니다.

정치발전소에서는 주로 민주주의와 정치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당직을 할 때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놨던 공부를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때가 때인 만큼, 도널드 트럼프 당선 이후 위기감을 느낀 영미의 정치학자들 책을 주로 봤습니다.

민주주의가 우리 생각만큼 공고한 게 아니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민주주의는 필연적이지 않으며 조건이 변화하면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경고이지요.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하버드에서 강의하는 야스차 뭉크가 쓴 『위험한 민주주의(The People vs. Democracy: Why Our Freedom Is in Danger and How to Save It)』를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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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재미있는 일이 많았습니다. 작년 9월에 이어 올해 1월에도 독일 베를린에 다녀왔고, 2015년부터 시작한 세 번의 기행이 연이 되어 상반기에는 독일 학생이 정치발전소 인턴으로 오기도 했습니다. 우리로 치면 대안학교 중 하나인 ESBZ(Evangelische Schule Berlin Zentrum)라는 학교 학생인데요, 이 학교 학생들은 11학년(16세)이 되면 무조건 한 학기 동안 외국에서 인턴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 얼마나 충격적인 일인지! 저는 열여섯에 뭘 했나 싶더라고요. 아무튼 이 학교는 독일어, 영어, 수학 등 일반적인 과목 외에 ‘도전’, ‘책임감’이라는 과목이 있습니다. 성적도 없고, 선생님이 앞에서 가르치는 수업도 없고, 물론 커리큘럼은 있지만 수업도 매주 자신이 골라 듣는다고 합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놀라운 교육 과정이었습니다. 심지어 독일 정치보다 더 흥미로운 게 독일 교육이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아무튼 그런 연유로 교육에도 관심을 갖고 살던 차에, 서울시교육청에 경력직 임기제공무원 채용 공고가 떠서 지원을 하게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운 좋게 합격을 했고, 지금 열심히 글을 쓰고 있는 날짜가 10월 10일인데요, 내일부터 출근입니다. 앞으로 당분간 교육 정책 및 이슈들을 다루는 일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많은 격려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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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사를 갈 예정입니다. 독립해서 마포구 망원(서교동)에 살게 된 지 이제 8개월째인데요, 새 직장에서 가까운 곳이 좋은 조건에 나와서 이사를 가려고 집을 내놨습니다. 2월 말 추운 겨울에 들어와서 올 여름 최악의 폭염도 견뎌낸 곳이니, 믿을 만한 곳이라 좀 아까운 생각도 듭니다.

조건은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60만원, 관리비 5만원입니다. 심지어 투룸이니 이 정도면 저렴한 편입니다. 원룸도 월세가 100만원 가까이 되는 곳이 많습니다. 언론을 통해 보셨을 수도 있지만, 선배님들, 요즘 서울에서 젊은 사람들이 살기가 이렇게 어렵습니다. 월급 쥐꼬리 받아서 다 월세로 내는 꼴이니까요.

그럼에도 망원에서의 삶은 만족스러웠습니다. 10분만 걸으면 한강을 볼 수 있고요, 남들은 주말에 약속 잡고 오는 망리단길을 원할 때마다 갈 수 있습니다. 사람이 몰리니 맛집도 많습니다. 물론 많이 가게 되지는 않았지만 말이죠. 그리고 홍대입구, 여의도 같은 도심도 가깝습니다. 제가 집 알아볼 때 나름 열심히 돌아다녔는데, 이만한 입지가 없었습니다. 동네가 기운이 좋은 건지, 이 집이 기운이 좋은 건지 모르겠는데, 돌이켜 보니 하는 일마다 잘 됐던 것 같아요.

그래도 새 출발은 또 새로운 터에서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 이사를 갑니다. 경복궁 근처로 가려고 하는데요, 제가 유물론자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그곳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명당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네요. 물론 피바람이 많이 불었던 곳이기도 했겠지만 말이죠.

아무튼 두 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직장을 정치발전소에서 서울시교육청으로 옮겼다, 집을 망원에서 경복궁으로 옮길 예정이다.”

더 열심히 살고 앞으로 계속 좋은 소식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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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섭 _ 2006년 농대 학생회장을 지냈고, 2011년부터 진보정치에 몸담았다. 정의당 기획조정실과 대표비서실을 거쳐, 2017년 심상정 캠프 전략팀과 TV토론팀에서 일했다. 이후 2018년 9월까지 정치발전소 기획실장으로 일했다.(no1enem2@gmail.com)

Last modified: 2023-05-04